[정종민 칼럼] 피의사실 공표·포토라인 금지와 국민의 알권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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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칼럼] 피의사실 공표·포토라인 금지와 국민의 알권리 '사이’
  • 데일리울산(DailyUlsan)
  • 승인 2019.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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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울산 정종민 편집국장
데일리울산 정종민 편집국장
데일리울산 정종민 편집국장

법무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 및 공개소환에 따른 포토라인 금지를 내세우고 있다.

형법126조에 피의사실공표죄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 사실을 공판청구전에 공표한때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금까지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이 없지 않았다.

엄연히 형법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검찰과 경찰은 중대 범죄 및 여론이 들끓는 사안 등에 대해서는 기자들에게 브리핑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피의사실을 공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감찰까지 벌이며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공개소환에 따른 포토라인도 금지됐다.
지난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할 것을 지시했다.
사실상 검찰의 포토라인 관행이 사라진 것이다.

검찰에 이어 경찰도 피의자를 비공개 소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법원도 영장실질심사 출석 일정을 언론에 비공개할지 논의 중이다.

그동안 포토라인에 피의자를 세우는 것이 ‘피의자 망신주기’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포토라인에 대한 일화도 많다.

질문하는 취재기자를 향해 '레이저 눈빛'을 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있다.
또 여성 피의자의 경우, 기자들이 핸드백과 신발, 옷 등을 철저히 분석해 보도하기도 한다.
대기업 일가들이 포토라인에 서기 전에 예행연습까지 했다는 일화도 있다.
컨설팅 업체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어떤 복장과 표정으로 나타나 어떤 얘기를 할지 각본을 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포토라인에서 기자들이 묻는 질문과 그에 따른 답변은, 대부분 두 손을 모은 채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 하겠습니다"는 정형화된 한마디다.

때문에 포토라인이 정말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정도의 수준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포토라인은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콩글리시’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카메라맨을 위해 촬영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촬영 기회(photo opportunity) 또는 촬영 장소(photographers‘ area) 정도로 불린다.

국내에서의 포토라인은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당시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정 전 회장은 검찰청에 소환됐다가 기자들의 경쟁적인 취재로 인해 카메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이후 검찰 출입기자들이 질서 유지와 피소환인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검찰 공보관과 협의해 포토라인을 설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유래에 관한 가장 유력한 정설이다.

포토라인은 조사를 받는 청사 입구 바닥에 삼각형 테이프를 붙이고 출두하는 피의자가 그 앞에 서서 기자들이 질문에 답변한 뒤 검찰청사에 들어가는 것이 관례가 됐다.

포토라인은 신문사 사진·방송사 영상기자들이지만, 포토라인 설치 가능 여부는 검찰과 법원, 그리고 경찰의 판단이다.
사법·행정기관의 취사선택에 따라 포토라인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필자와의 대화에서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수사기법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수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거침없이 몰려드는 취재진과 앞에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카메라는 벼랑 끝에 몰린 이를 겨냥하고 있다.
등골에 식은땀이 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형국이 연출돼 심적으로 많은 충격과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 검사 앞에 마주앉게 돼, 피의자 심문에 유리하다는 것이 검찰입장인 셈이다.

그렇지만, 검사와 판사가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자신들의 수사 및 판결에 유리할 수만은 없다.
일단, 포토라인에 선 피조사자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것도 중요하다.

검사와 판사가 순수한 법의 잣대만 가지고 기소 및 판결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연결되는 말이다.
일단 포토라인에 세운 피조사자는 국민여론의 심판대에 서게 돼 검사가 적당한 판단으로 사안을 덮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의 눈높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포토라인의 순기능도 있는 것이다.

대안신당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15일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공개소환 및 포토라인 금지도 검찰 개혁방안이지만, (이 해당자는) 5천만 국민 중 5천명도 안된다"며 "왜 국민이 검찰에 대해 피해의식을 느끼며 열화같이 개혁을 요구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검찰 개혁방안은 야간수사, 그리고 매일 불러들여 수사하고, 별건 수사를 하는 검찰 수사관행이나 문화를 고치는 그런 개혁을 피부로 느낀다"고 요구했다.
공개소환 및 포토라인에 세우는 피조사자는 일반 국민이 아니라, 고위 공직자 및 재벌 등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피의사실 공표 금지 및 공개소환에 따른 포토라인 금지가 전면 시행됐을 경우를 언론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검찰이 수사착수 및 진행 사항에 대해 입을 닫는다면, 국민들은 누가 수사를 받는지를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검찰이 수사를 벌이다가 적당히 덮어도 알 길이 없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언론이 이를 견지해 국민의 알권리를 일부라도 해소했지만, 언론의 순기능마저 차단된다는 우려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어 법원에서도 영장심사 일정을 비공개하게 되면 포토라인 사진은 물론 피의자 단계에서의 신분 확인 역시 어려워진다.

때문에 포토라인을 찍는 사진 기자들뿐 아니라, 누가 영장심사를 받는지 기사를 쓰는 취재기자들도 취재가 어려워지게 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총수나 고위공직자들의 영장심사 보도도 취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분명 확정판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사실이 공표돼서는 안 되고 피의자의 인권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피의사실 공표와 전면 공개소환 폐지에 대해 우호적일 수만은 없다.

피의자라 할지라도 인권을 존중해 피의사실 공표 및 공개소환 폐지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확정판결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때그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 기자의 직분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사법부는 피의사실 공표·포토라인 금지와 관련, 고위공직자나 재벌 등에 대한 범죄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길’도 열어 놓는 부분을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